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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UBC 사이언스 4년 남진솔, 성공 학교생활을 위한 조언

모리's 2013. 11. 29. 15:15

 UBC 사이언스 4년 남진솔, 성공 학교생활을 위한 조언

 

이민 1세인 부모들이 1.5세로 분류되는 자녀들에 대해 갖기 쉬운 착각 중 하나. “어려서 왔으니까 별 문제 없이 밴쿠버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거야. 영어도 뭐 저절로 늘지 않겠어?”

자기 생각 속에 갇힌 어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이가 “저도 힘들다구요”라는 식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부모는 한국의 입시지옥을 운운하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훌륭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는 생각에 나름 흐뭇해 할 지 모른다.

언제나 그렇지만 문제는 어른들 머릿속의 풍경과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꽤 다르다는 데에서 시작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린 자녀들도 캐나다 생활 초기에는, 아니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로 힘들다.  성적관리부터 교우관계까지, 만족스런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UBC 4학년(사이언스 전공)에 재학 중인 남진솔씨가 조언자로 나섰다. 그녀는 재캐나다과학기술자협회(AKCSE) UBC 대학 조직에서 퍼플리케이션 디렉터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친구 사귀기도 노력이 필요”
남진솔씨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머니와 함께 밴쿠버행을 결정했다. 아마 5학년 여름방학이었을 거다. 그때 살짝 맛본 캐나다 생활이 너무 달콤해 부모를 졸랐다. 

“엄마, 아빠 저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잘할 자신도 있구요.”

그래서 모녀는 밴쿠버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이때가 2004년 5월, 어린 진솔이는 중학교 1학년이 아닌 7학년으로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 왔으니까 영어는 쉽게 익혔겠네요. 
어른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지요. 어느 면에서는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하지만 처음에는 저도 애를 많이 먹었어요. 한국에서 나름 준비를 할만큼 했는데도 막상 부딪혀보니 많이 힘겨웠거든요.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는 얘기군요.
그럼요. 처음에는 어머니나 저나 많이 벅찼지요. 모든 게 낯설었으니까.

그 당시 학교생활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요?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게 있습니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으로부터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을 때 많이 속상했어요. 하루는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신 것 같은데, 그 내용이 귀에 잘 들리지 않아서 못해 간 적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전 순식간에 ‘숙제 안 하는 아이, 딴 짓 하는 아이’가 되어 버렸어요. 모든 신경을 다 기울여서 선생님 얘기를 들으려고 애썼는데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오해는 풀었나요?
아니요, 저는 그저 꾹 참기만 했어요. 속으로만 삭혔죠. 하지만 제 후배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하는 얘기를 잘 이해하지 못 했을 경우에는 그때그때, 아니면 수업 끝나고나서라도 꼭 확인해야 해요. 선생님이 귀찮아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곳 선생님들은 대체로 질문받는 것을 꺼리지 않으니까요.

친구들 사귀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거의 외톨이였죠. 당시 교실에서 저 혼자만 아시아인이었는데, 살갑게 먼저 손을 내미는 친구는 없었어요. 내 노트에 낙서를 해대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좋았던 기억만 계속해서 떠올랐죠. 중학생 교복을 잘 차려 입은 옛 친구들이 너무 부럽고 그리웠어요.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생각을 달리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원해서 유학을 결정했고 그래서 부모님이 도와주신 건데 이렇게 겉돌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에요, 아마. 

생각만으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이죠. 저한테는 하나의 작은 계기가 있어요. 수업 시간에 늘 꿀먹은 벙어리마냥 그렇게 있었는데, 어느날 용기를 내서 발표를 하게 됐어요. 아무도 풀지 못하던 수학 문제였는데, 저는 별 어려움 없이 정답을 냈죠. 그때부터 절 바라보는 선생님이나 친구들 눈빛이 꽤 달라진 것 같아요.

친구들도 많이 생겼겠네요.
저절로 되는 건 없겠지요. 친구 사귀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친구들이 영어에 서툰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서는 일은 참 드문 것 같아요. 때문에 진정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우선 자기 마음부터 보여줘야 해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 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주눅들지 않고 상대에게 다가서려고 애써 보세요.

그럼 언제부터 학교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나요?
계속해서 괴롭지도, 또 계속해서 즐겁지도 않았어요.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했지요. 그러다가 9학년 때부턴가, 제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때부터 영어가 웬만큼 되기 시작했고, 학교 공부도 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어요. 그때 결심했죠.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자, 최소한 학교라도 여기에서 마치자.”

 

“질문은 항상 구체적으로, 그래야 머릿속에 남는다”


학교 공부는 어땠어요? UBC에서 사이언스를 전공할 정도면 고교 성적이 최상위권을 유지했을 것 같은데….
뻔할 답일 것 같지만,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한 것이 좋은 성적을 받는 데 가장 큰 힘이 됐어요. 고등학교까지는 교과서나 수업 시간만 충실해도 공부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요.

좋은 성적을 받는 게 진솔씨 말처럼 그리 쉬울까요?
수업시간에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조건 선생님께 여쭤봐야 해요. 질문은 되도록이면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아요.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이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A부터 Z까지 쭈욱 설명해 줘”라는 태도는 좋지 않다는 거죠. 문제를 풀거나 어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하게 되면, 어떤 부분이 걸림돌이 되는지 상세히 알게 됩니다. 바로 그 부분에 대해 물어봐야 해요. 선생님도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학생이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알게 돼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래도 성적이 좋게 나오지 않으면 부모나 아이 모두 조급해 질 것 같은데요.
그래서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죠. 이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려는 습관을 갖는 것이 나중에 대학에 가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찌됐건 과외를 받게 됐다면, 과외교사가 알아서 떠먹여주는 밥만을 기다려선 안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과외교사를 잘 활용해야 하죠. 그 첫번째가 질문 리스트 작성이에요. 이건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스스로 먼저 문제 등을 풀어본 뒤 이해하지 못한 부분만 모아서 한꺼번에 물어보면 됩니다. 그래야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도 키울 수 있게 되죠.

대학교에서의 공부는 고등학교 때와는 좀 다르지 않나요?
제가 볼 때는 전혀 다른 차원인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고등학생 때는 학교 수업이 기본이자 모든 것이에요. 이것만 충실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대학은 아니에요. 아무리 강의를 충실히 들어도, 시험 볼 때는 학생들에게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죠. 지식을 응용하지 못하거나 창의적인 사고를 갖추지 못하면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힘듭니다. 저도 첫 시험을 마치고 크게 좌절했어요.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꾸준히 투자해야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과학기술자협회 대학 조직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 공부와 병행하는 게 벅차지 않나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나니까 후배들에게 제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은 별 시행착오 없이 고교생활, 대학생활을 하기 바랐던 거죠. 저 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학교공부도 해야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악세 활동이 버거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전 지금처럼 바쁜 게 좋아요.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저절로 뿌듯해지기 때문이에요. (출처: 밴쿠버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