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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뉴스] 방사선사로 일하기까지, 내가 걸어온 길

모리's 2013. 11. 29. 15:20

 방사선사로 일하기까지, 내가 걸어온 길

 

의료분야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병원 속을 살짝 들여다 보면 의사나 간호사 이외에도 각양각색의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한지붕 아래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번 인터뷰에 얘기될 방사선사도 그 중 하나다.

“시험 통과하면 한국의 자격증 인정받을 수 있어”

써리메모리얼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는 배재현씨는 ‘준비된 이민자’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캐나다에서는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지 등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이민을 결심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그 길을, 당사자인 배재현씨와 함께 복기해 보았다.

-밴쿠버와의 첫 인연은 언제였나요?
한국에서도 방사선사로 일했는데, 야간 근무다 뭐다 해서 당시 일이 꽤 고됐어요. 그래서 머리 좀 식히면서 영어공부나 할 목적으로 밴쿠버로 오게 된 거죠. 이때가 아마 2000년 무렵이었을 거에요. 

-어학연수생이었군요.
예, 그랬습니다. 그 생활이 꽤 즐거운 걸로 기억돼요. 유학생으로 사는 동안 밴쿠버가 점점 좋아지대요. 그런 탓인지 한국으로 돌아간 후부터는 캐나다 이민을 차근차근 준비하게 됐습니다.

-어떤 준비였죠?
우선 영어공부에 집중했죠. 저는 캐나다에 가서도 제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캐나다방사선협회의 자격증 시험에 통과해야 했는데, 그 첫 관문이 영어였습니다.

-시험만 통과하면 한국의 자격증을 인정받게 되는 거군요.
맞아요. 그런데 그 시험이라는 게 그리 쉽지 않아요. 영어만 해도 꽤 까다롭지요. IELTS 기준으로 스피킹은 6.5 이상은 받아야 합니다.

-그 조건을 채우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아니요. 우선 서류심사에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의 대학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최소 1년간의 경력증명서를 제출해야 해요. 최근에는 심사 통과 기준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들었어요.

-어떻게요?
경력증명서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어느어느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정도만 확인되면 심사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느 부위를 몇 번이나 촬영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묻더군요. 이전 직장 상사의 서명도 반드시 받아야 하구요.

-그 고비를 넘기면 자격증 받기가 좀 수월할 것 같아요. 한국에서 경력이 있다면, 방사선사 자격 시험이야 어렵지 않겠지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험의 유형이 한국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시험에 단번에 붙기 어렵지요.

 

“구직 지금은 어렵지만, 5년 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의 시험 문제는 정답을 고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소위 ‘족보’만 제대로 암기하면 어렵지 않게 합격증을 받을 수 있지요. 그런데 캐나다의 시험 문제는 달라요. 이곳에서는 하나의 상황을 주고, 그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서술하라고 말합니다. 한국 시험 문제에 익숙한 한인으로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요.

-문제의 예를 좀 들어줄 수 있나요?
음… 이를테면 보행이 불가능한 응급 환자가 들어왔는데, 이때 방사선사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묻습니다. 엑스레이 테이블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어느 부위를 어떤 식으로 촬영해야 하는지 등을 답해야 하죠.

-합격률이 높을 것 같지 않네요.
제가 시험 준비했을 때만 해도 한번에 붙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많이 쌓여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통과하는 것 같습니다.

-시험은 얼마나 자주 있나요? 떨어져도 재응시는 가능한 거겠죠?
5년 중 네 번의 시험 기회가 있습니다. 전부 불합격하면 학교에 재입학해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해요. 

-배재현씨는 언제 시험에 통과했나요?
2005년 9월에 이민왔는데, 그해 10월부터 방사선사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자격증은 이듬해 5월에 취득했지요.

-이후 구직활동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당시만 해도 일자리가 많았어요.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일반 엑스레이클리닉에서 일할 수 있을 정도였죠. 

-자격증이 없는데도 일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외국에서 방사선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면, 현재로선 소규모 클리닉 취직이 법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캐나다에서는 BC주만 이를 허용하고 있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결국에는 일하게 될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현재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취직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만큼 구직 조건이 좋지 않지요.

-방사선사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약간 암울한 소식이네요.
하지만 포기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다 보면 전문직으로서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일자리가 늘어날 만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병원 근무자 중 상당수가 베이비붐 세대에요. 앞으로 5년에서 10년사이 베이비부머 중 대부분이 은퇴하게 됩니다. 좀 먼 얘기 같지만 조금씩 경력을 쌓고 기다리다 보면, 어렵지 않게 종합병원 등에서 일하게 될 겁니다.

“보수도 좋지만 은퇴 후 받게 되는 연금이 더 큰 혜택”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영어 때문에 여전히 힘듭니다. 이건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 같아요. 

-영어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하지 못하는 아이사인이라서 어떤 차별 같은 것을 경험한 적은 없었습니까?
물론 있었지요. 제가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말하면, 환자들 중에도 몇몇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곤 하죠. 이럴 때는 저 역시 기분이 나빠지지만, 오히려 더욱 친절하게 환자들을 대하려고 애씁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 있잖아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친절하게 한 마디라도 더 건네다 보면, 환자들도 결국엔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그들이 아시아인을 못미더워한다고 해서, 그 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 결국 자기만 손해인 거죠.

-병원생활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다른 조언은 없나요?
처음에는 영어 때문에 겁을 먹게 될 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현실과 맞부딪히지 않으면 항상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내 얘기를 못 알아 들었다고 해서 절대 주눅들지 마세요. 내 표현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 다른 표현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차츰차츰 동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방사선사의 대우가 궁금합니다. 
보수는 등급과 경력에 따라 다릅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시간당 27달러에서 36달러를 받을 수 있지요. 그런데 단순히 보수보다는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혜택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연금이지요. 의료 계통에서 일하다 보면, 나중에 은퇴 후 다른 사람에 비해 더 큰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근무 여건 면에서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출처: 밴쿠버 조선일보)